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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 속 경제정보/증권톡톡

[증권톡톡] 무자본 M&A 통한 '기업사냥', 적을 알아야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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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때 피인수기업이 소규모가 아니라면, 인수기업이 보유한 현금으로만 자금 조달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인수기업은 통상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 등 인수금융을 이용합니다.
피인수기업의 규모가 크다면 신디게이트론(복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합니다.
 
무자본 M&A를 시도하는 소위 '기업사냥꾼'도 대출을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합니다.
본인의 자금을 사용하지 않기에 '무자본'이라고 칭합니다.
통상 이들의 기업사냥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사냥꾼의 자금조달 방식 '주식담보대출'

기업사냥꾼들은 우선 피인수기업과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합니다.
기업공시엔 '최대주주변경을수반하는주식양수도계약체결'이라고 나옵니다.
계약 체결 후엔 그 계약서를 들고 가 돈을 빌립니다. 즉 주식담보대출인 셈이죠.
일반 개인이 부동산 매매계약 후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수년 전까지 기업사냥꾼의 자금 조달 통로는 주로 저축은행이었습니다.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매출을 신장하려는 저축은행과 돈이 필요한 기업사냥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죠.
하지만 이후 기업사냥꾼으로 인한 배임·횡령 사고 등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여론의 비판과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뤄졌고,
이에 저축은행들은  M&A를 위한 주식담보대출 영업을 속속 중단했습니다.
 
이후 기업사냥꾼들의 자금줄은 주로 사채시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채시장은 저축은행보다 자금조달 금리가 훨씬 세죠.
기업사냥꾼들로서는 보다 단기에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해졌을 겁니다.
 

기업 사냥 방식

기업사냥꾼이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이들은 기업의 사업이나 영속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기업 내 현금을 빼내오는 데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돈을 빼내오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대여금 명목으로 유용하거나, 우량자산이 있다면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하죠.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거래 상대방은 기업사냥꾼의 관계인이 설립한 회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에 평가받던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자산이 팔렸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지금껏 거래하지 않던 제3의 기업으로부터 대량의 원재료를 비싸게 매입한 경우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 상대방이 실제 사업을 하지 않는 유령기업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기존 협력업체와 거래를 지속하면서도 그 중간단계에 불필요한 회사를 끼워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통마진을 얻거나 수수료 명목으로 이익을 챙기기 위한 의도겠죠.
 
듣도보도 못한 해외 프로젝트나 기업에 투자한 경우도 경계해야 합니다.
회삿돈 수십억원을 집행했는데 돌연 해당 프로젝트가 어그러지거나 기업이 파산했다면?
회사는 고스란히 손실을 보겠죠. 물론 투자금 명목의 수십억원은 이미 누군가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뒤일 테고요. 
 

기업사냥과 주가조작은 '한 세트'

앞서 기술한 내용은 기업사냥꾼이 경영권 취득을 통해 이익을 빼가는 방식입니다.
기업의 사세가 기울어 파산하기까지 남김 없이 빼 먹겠다는 것인데요.
 
당초 기업을 탈탈 털어먹겠다고 작심한 이들이 주식시장에 신경을 안 쓸 리 없습니다.
기업 경영권을 쥐고 기업공시와 뉴스를 제 맘대로 내보낼 수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만큼 남의 돈 빼 먹기 쉬운 먹잇감은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해외 프로젝트나 기업에 투자한다는 공시와 뉴스를 내보내면서
주식시장에서 매수세를 연출한다면 개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쉽습니다.
 
기업사냥꾼 또는 그 관계 세력은 이미 주가를 통제할 충분한 수의 주식을 매집해 놓았기 때문에
물량을 받아줄 충분한 수의 개인 투자자가 유입될 때까지 원하는 가격대에서 주가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차트 그리기'죠. 이 과정에서 돈이 필요하다면 굳이 높은 금리로 사채를 쓸 필요도 없죠.
기업 자산을 매각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기업 돈을 빼오면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공시와 뉴스가 연달아 뜨고, 관련 보도가 확대 재생산되고,
간혹 신중한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IR 부서에 전화해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받을 즈음엔
이미 주가는 완연한 상승세를 연출하고 있겠죠.
차트에 이미 큼직한 불기둥(양봉) 하나가 떡 하니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런 차트를 보고 불나방처럼 달려들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기업 및 산업에 대한 분석보다는 기술적 매매를 신봉하는 참여자들이 더 많으니까요. 
 
주가조작은 경영권 인수를 통한 기업사냥이 진행되는 동안 반복해 일어날 수도, 조기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당초 주식 양수도 계약으로 잔뜩 이슈몰이만 한 뒤 주가조작으로만 치고 빠지는 세력도 있습니다.
주식 양수도 계약 미이행으로 계약금을 전부 날리더라도, 주식시장에서 그 몇 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다면 남는 장사겠죠.
 
경영권 인수를 통한 기업사냥은 상당한 자금과 시간, 노력을 필요로 하므로 
자금과 인원 동원 여력이 크지 않은 소규모 세력일수록 주가조작만으로 치고 빠지는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