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수주 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눈 빠지게 기다리는 호재 중 하나가 '단일판매·공급계약'입니다.
이는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에 제품이나 상품, 용역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뜻입니다.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거래이므로 상장기업이라면 이를 공시해야 합니다.
의무공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전년도 매출액의 10% 이상 계약 체결 또는 해지시,
코스피 상장기업은 전년도 매출액의 5% 이상 계약 체결 또는 해지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법인일 경우 전년도 매출액의 2.5% 이상 계약 체결 또는 해지시)
위의 기준에 해당할 경우, 상장기업은 사유발생일 다음날까지 한국거래소에 신고, 공시해야 합니다.
물론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자율공시는 가능합니다.
대규모 공급계약이 체결됐다는 공시는 당연히 호재입니다.
역으로 공급계약이 파기됐다는 공시는 당연히 악재겠죠.
'계약 쪼개기'로 공시를 회피한다고?
문제는 '계약 쪼개기'를 통해 의무공시를 회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코스닥 상장기업의 전년도 매출액이 1조원이었고, 이번 분기 1200억원어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면
전년도 매출액의 12%에 해당하므로 의무공시 대상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1200억원어치 수주계약을 300억원, 500억원, 400억원으로 쪼갠다면
각각 전년도 매출액의 3%, 5%, 4%에 해당하므로 의무공시 대상에 해당하지 않죠.
계약을 쪼개 의무공시를 피해 가는 경우입니다.
호재를 숨길 수밖에 없는 이유, '이해관계'
기업에도, 주주에도 대규모 수주 계약은 호재입니다.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가 뜨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계약 쪼개기를 통해 공시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수주계약을 한다는 건 계약 상대방, 즉 클라이언트(고객사)가 있다는 말이겠죠.
고객사가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 속해 있다면, 수주 계약 공시는 민감한 사항입니다.
납품업체의 수주 공시를 통해 경쟁사가 실적이나 증설, 가동률 등 정보를 쉽게 추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사로선 해당 내용이 대외적으로 퍼지지 않길 바라겠죠.
이에 당초 발주를 하면서 계약 쪼개기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주기업은 고객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을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수주 건과 관련해선 IR 활동에도 소극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소액 투자자, 소액 주주보다도 영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고객사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매 분기보고서에서 '수주현황'을 확인하라
그렇다면 기업의 수주계약 현황을 확인할 방법은 아예 없는 걸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기업의 분기보고서, 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에 들어가 '사업의 내용 - 매출 및 수주상황' 항목을 확인하면 됩니다.
가령 아래 내용은 철도차량 제작사업을 영위하는 현대로템의 매출 및 수주상황인데요.
수주일자와 수주총액, 기납품액, 수주잔고가 상세히 나타나 있습니다.
물론 사업보고서를 확인하더라도 수주상황이 나타나지 않는 기업도 상당합니다.
고객사 필요에 따라 수시로 주문이 이뤄지는 경우, 영업비밀에 민감한 고객사 요청이 있는 경우 등이 그러한데요.
아래 기업은 국내 대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지만
수시로 수주를 받는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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